김주리 개인전 《물 ∴ 산 Matter Ridge》에서 ‘흙’은 감각, 시간, 그리고 기억의 정치학이 교차하는 물질로 자리한다. 전시장에 봉우리처럼, 무덤처럼, 또 고대 유적지의 잔재처럼 존재하는 흙덩어리들은 단순히 미적 관조의 대상으로 자리하지 않는다. 그것은 사라진 것의 증거이자, 여전히 생성 중인 장면으로,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퇴적할 것인가의 질문으로 다가온다. 《물 ∴ 산 Matter Ridge》은 도시개발의 면면을 경유한 작가의 지난 작업과 긴밀히 연결됨과 동시에, 특정 장소나 시간, 대상에 한정되지 않는 전 지구적 보편성을 함께 드러낸다. 전시는 강한 직관으로 다가오며, 결코 부정할 수 없는 ‘근원’에 대한 사유를 촉발한다. 그리고 그것이 실시간의 현재와 어떠한 거리와 관계를 맺는지, 무엇을 관통하고,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, 또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길 제안한다.